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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국의 인도네시아학자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3-06-09 09:52

 

올해가 한-인니수교50주년이다.
이를 기념하는 세미나가 Korea Foundation(KF) 주관으로 5월 11일(목) 국립인도네시아대학(UI)에서 있었다. 나는 제1세션의 좌장으로 참여하였고 이 세션은 "한국의 인도네시아학, 인도네시아의 한국학"을 뒤돌아보는 주제였다. 나는 나를 왜 불렀을까 생각해봤다. 아마도 KF 발간의 Koreana지 인니어판 편집장, 인도네시아어과 교수, 그리고 인도네시아 학습자를 위한 한국어교재 집필 경험, 유학 시 한국어 강의 경험 등을 고려했을 것이다.
나도 이참에 한국 인도네시아학의 현주소를 한번 정리해보고 싶다.
한국외대 말레이-인도네시아어과는 내년에 과 창립 60주년을 맞이한다. 그동안 양 캠퍼스에서 4천명 이상의 졸업생을 배출했고 그들의 활약상은 50년 한-인니 관계발전에 그 누구보다 많은 기여를 했다. 학문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이 지역을 연구하는 타 교육기관의 어느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업적을 쌓아왔다고 자부한다.
안영호 교수님의 <인도네시아어-한국어사전>은 인도네시아학의 토대를 쌓았다. 이를 부인한다면 그는 인도네시아 관련해서만큼은 무식한 자라고 해야 할 것이다. 외대 지식출판콘테츠원 발간 사전 중 유일하게 해외로 수출 출간한 외국어사전이다. Gramedia에서 수입 출간했다.
동료 소병국 교수는 오하이오대학교에서 동남아사를 전공한 후 국립인도네시아대학교에서 『Ideology and Shaping of Malaysia: A Socio-Intellectual History』를 출간했고 2020년에는 동남아사를 집대성한 850쪽 분량의 『동남아시아사: 창의적인 수용과 융합의 2천년사』를 펴냈다.
동료 서명교 교수는 캠브리지대학교에서 종교사회학을 전공하고 저명한 학술 출판사인 Routledge에서 『State Management of Religion in Indonesia』를 펴냈다. 이 책에 감명을 받은 출판사 측에서 서 교수에게 다음 책을 서둘러 출간하자는 제안을 받은 훌륭한 학자이다.
나는 국립말라야대학교에서 인도네시아 문학평론을 전공하고 인도네시아 Gramedia출판사에서 쁘라무디아 선생의 평전『Pramoedya Menggugat: Melacak Jejak Indonesia』를 펴냈다. 독자들의 부응에 힘입어 지금 4쇄를 준비하고 있다. 나는 지난 2년간 20회 이상 인도네시아 학자, 학생을 대상으로 내가 전공한 분야 온라인 특강했다. 1천명이(1K) 접속한 경우도 있다. 나는 최근 KAIST와 협력하여 산자부 지원의 총규모 15억원의 예산으로 “인니어 학습자를 위한 Virtual Tutor개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세계 그 어느 대학의 인도네시아 관련 학과도 우리처럼 인도네시아의 주요 작가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교수진이 있는 곳은 없다. 내가 Pramoedya Ananta Toer, 김장겸 교수가 Mochtar Lubis, 이연 교수가 Nh. Dini를 연구했다.
우리 과 제자로 국비유학생으로 런던정경대학(LSE)에서 석사학위 후 Harvard에서 인류학 박사과정중인 엄강심 박사생도 우리의 자랑이다. 타 대학 소위 동남아학 한다는 대학에 이런 제자 있을지…
국내 타 대학의 동남아학의 대가라는 분들은 해외에서 무슨 책들은 펴냈는지 궁금하다. 유감스럽게도 그동안 정부 연구 관련 재단의 지원은 동남아와 전혀 관련이 없는 대학에서 받아갔다. 내가 낸 세금으로 지원하는 돈이다. 그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이를 테면 학부에 동남아 관련 학과가 전무한 대학에서 90억원(10년간 매년 9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았다. 그들의 노하우가 궁금할 뿐이다.
동남아를 거의 모두 커버할 수 있는 학과를 토대로 동남아연구소가 있는 우리 대학은 수차례 지원했지만 받지 못했다. 뒤에 알아보니 심사자가 우리 대학의 전문성에 “0”점을 준 자도 있었다. 우리가 “0”점이면 그들은 아마도 “-100”점이 될 것이다. 학자적인 양심이 전무한 평가이고 이지매 냄새나는 지원이다. 그러한 지원의 일부라도 우리 동남아연구소가 받았다면 진정 기초가 튼튼한 훌륭한 신진 동남아학자를 많이 배출했을 것이다. 국가적인 손실이다.
동남아관련 학회만 해도 그렇다. 어문학 전공 학자가 전무한 상황을 그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특정 분야의 진공 상태가 아닐까. 겉핥기식으로 인도네시아 몇 번 다녀오고 논문 몇 편 썼다고 인도네시아를 주 연구분야로 하는 학자라고 자부한다면 웃기는 일이다.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이 어떨지 생각해보기 바란다. 우리가 그들을 어떻게 평가할지도.....
세계적인 동남아학자 앤더슨(Ben Anderson)만큼 인도네시아어를 하는 국내 타 대학 동남아학자들이 있는가. 내가 연구한 쁘라무디아 선생과 각별했던 앤더슨은 Max Lane이 Bumi Manusia를 번역하자 오역된 부분을 지적하는 30쪽 분량의 보고서를 쁘람 선생에게 보낸적이 있다. 그 정도 인도네시아어를 해야 관련 참고서지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그 정도 인도네시아어를 했으므로 <Imagined Communities>에서 자바의 사례를 예로 들 수 있었을 것이다. 영어 서지만으로 어찌 좋은 인도네시아 관련 논문을 쓸 수 있겠는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내년이면 학과 창설 60주년이다. 양 캠퍼스 공히 제2전공 학생들이 각각 200여명까지 되는 해도 있다. 전공까지 합하면 한 해 650명의 학생이 우리 대학 말레이-인도네시아어과에서 공부한다. 대학원 우리 과는 어문학, 번역 트랙의 석박사생 20여명이 과정을 밟고 있다. 물론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현지 학생도 있으며 Ummi 교수는 내 지도하에 박사과정을 마치고 국립말라야대 교수가 되었다.
혹자는 외대는 언어만 가르친다고 하면서 학문적인 디시플린을 문제삼는 자도 있다. 캠브리지나 오하이오의 디시플린을 생각해보기 바란다. 그리고 그런 자들은 우리 과의 커리큘럼을 한번 들여다보기 바란다. 전공지역의 어문학, 역사, 문화, 종교, 사회, 정치, 경제, 환경, 자원까지 가르치는 다른 학과가 있는지를.....학부, 대학원에서 이렇게 다양한 분야를 전공한 교수진이 이렇게 많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도해본 적이 있는지...
캘리포니아대학이 10개이다. UC Berkeley는 캘리포니아대학(혹은 Cal)이라하고 나머지는 뒤에 지역명을 붙여야한다. 우리는 외대 마인어과로 불려왔다. 나머지는 지역을 붙여야한다. 우리가 60년전에 먼저 시작했고 열심히 했으니까.

9년전 과 창립 50주년 학술행사에서 120명의 외국인 학자들이 우리 학교에 와서 논문을 발표했다. 내년의 60주년 행사도 기대된다. 

 

고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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