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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온라인 수업, 불편하기만 하다고?… '잘나가는' 수업도 있다
작성자 인도네사아문화원
작성일 20-05-10 15:47

한국외대 고영훈 교수 '거꾸로 수업' 사례


전 세계를 덮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국내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 등에서 등교 개학에 앞서 온라인 개학을 실시한 가운데, 곳곳에서 온라인 수업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온 바 있다. 모든 정규 교과과정이 온라인으로 진행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온라인 수업 인프라나 교육 프로그램 등의 문제로 교원과 학생들이 불편을 겪는가 하면, 학습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온라인 수업을 기반으로 진행되며 학생들의 호응을 이끌어낸 일부 수업의 사례가 관심을 모은다. 온라인 수업이 문제만 있는 게 아니라 ‘제대로’ 활용할 경우 오프라인 수업만 진행하는 것보다 더 큰 교육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아시아언어문화대학장을 맡고 있는 고영훈 교수(말레이·인도네시아어과)의 ‘거꾸로 수업’(Flipped Learning)이 한 예다.

고 교수에 따르면 거꾸로 수업은 간략히 말해 강의실 강의 후 복습을 하는 전통적인 강의와 달리, 수강생들이 집에서 학습 내용을 미리 공부하고 강의실에선 다양한 오프라인 활동을 하는 수업 방식이다. 학생들이 집에서 PC를 비롯한 스마트기기로 동영상 강의나 앱북(Application Book) 등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하도록 한 뒤 강의실에서 ‘피어러닝’(돌아가며 설명하기), 동영상 만들기, 쪽지시험, 추가 질문, 미디어텍스트 분석 등 활동을 하는 수업이다. 이때 오프라인 활동은 일종의 추가적인 활동으로 보면 된다. 스마트 기기를 시용하므로 ‘스마트 러닝’, 온라인과 오프라인 활동을 병행하므로 ‘블렌디드 러닝’이라고도 한다.

거꾸로 수업은 고 교수가 2016년부터 ‘초급인도네시아어’ 과목에서 5년째 적용하고 있다. 거꾸로 수업에 필요한 스마트 기기(아이패드·iPad)는 학교 측이 학생들에게 대여하고 있다고 한다. 각 기기에는 관련 앱북(인도네시아어 읽기, 인도네시아어 회화)과 e-Book(인도네시아어 첫걸음)이 탑재돼 있다. 고 교수는 “학습자들의 수업 만족도가 양호하고 온라인 수업만 진행하는 것보다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2018학년도 1학기 말 고 교수의 초급인도네시아어 수업을 수강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외대 콘텐츠원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수강생 35명 중 31명(88.6%)이 ‘강의 전 관련 콘텐츠로 학습한 게 효과적이었느냐’는 질문에 ‘효과적이었다’고 답변했다. 수강생의 91.4%(32명)는 ‘이 강의를 수강한 후 인도네시아어 구사 능력이 향상됐다’고 답했다. ‘다른 교과목에서 거꾸로 수업을 적용한다면 다시 수강하겠느냐’는 질문엔 94.2%(33명)가 ‘다시 수강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거꾸로 수업을 적용한 반(80.54)은 그렇지 않은 반(72)보다 평균 성적이 10점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는 등 교육적 효과도 거뒀다고 한다.

고 교수는 “특히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한 수업에서 호응이 양호했다”며 “(거꾸로 수업이) 젊은층의 스마트기기를 이용하는 수업 선호 경향에 부응하고, 코로나19 사태 등 특수한 상황에서 추후에라도 중요한 학습 방법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강의실 강의 일변도에서 일부를 이러한 방식의 강의로 전환하면 공간 문제도 해결된다”며 “언어 교육 외에 다른 분야의 강의에도 적용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고 교수는 한국외대 교수학습개발원과 인하대, 인도네시아 등에서 거꾸로 수업의 유용성에 대해 발표를 하는가 하면, 관련 앱북 개발에도 노력을 기울이는 등 이 수업의 보급에 힘쓰고 있다.

세계일보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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